위암, 혈액으로 전이되나? 조기 예측의 새로운 단서 발견
건강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위암 환자에서 혈액을 통해 간, 폐, 뼈, 부신 등으로 퍼지는 ‘혈행성 전이’를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분자적 특징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위암 분류체계로는 설명되지 않았던 전이 양상을 새롭게 밝혀내며, 맞춤형 치료 전략의 기반을 제시한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위암과 전이의 중요성
위암은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환자의 생존율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는 바로 전이 여부이다. 전이는 림프절, 복막, 혈행성 전이로 구분되며, 혈행성 전이가 발생하면 예후가 매우 불량해진다. 그러나 기존에는 어떤 환자가 혈행성 전이에 취약한지 미리 알 수 없었다.
연구팀의 새로운 발견
서울대병원 박도중 교수와 이혜승 교수 연구팀은 위암 수술 환자 64명의 종양 조직을 정밀 분석하여, 혈행성 전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분자 아형을 규명하고, 환자별 전이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발현 패턴에 따라 위암을 두 가지 아형으로 나누었는데, 하나는 전이 위험이 높은 '줄기세포성(stemness)' 아형, 다른 하나는 전이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위 점막형(gastric)' 아형이다.
64명의 환자 코호트 분석 결과, 줄기세포성 아형 환자들은 혈행성 전이가 없는 무재발 생존(HMFS)이 유의미하게 짧았다. 또한, 같은 코호트의 다변량 분석에서도 줄기세포성 아형은 혈행성 전이 위험을 약 2.9배 높이는 독립적인 예후 인자로 확인되었다.
머신러닝 기반의 예측 모델 개발
연구팀은 이어서 머신러닝을 활용해 혈행성 전이와 밀접하게 관련된 17개 핵심 유전자를 선별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별 전이 위험을 수치화한 '혈행성 전이 위험 점수'를 개발했다. 이 점수는 줄기세포성 유전자 발현값에서 위 점막형 유전자 발현값을 뺀 값으로 계산되며, 0.15를 기준으로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이 점수는 외부 코호트(600명 이상)와 이종이식 모델(51개)을 통해 검증되었으며, 고위험군에서 무재발 생존이 유의미하게 짧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또한, 고위험군 환자들에서는 수술 후 보조 항암치료의 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았다.
새로운 치료 후보 제시
연구팀은 혈행성 전이 고위험군 암세포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잠재적 치료 후보로 Olutasidenib(IDH1 억제제), MMV-390048(PI4K 억제제), IACS-10759(산화적 인산화 억제제) 등을 제시했다. 다만, 이들 치료법은 추가적인 전임상과 임상 검증을 필요로 한다.
맞춤형 치료 전략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
박도중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위암에서 혈행성 전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분자 아형을 규명하고, 환자별 전이 위험을 조기에 판별할 수 있는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환자 개개인의 전이 위험도를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어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과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국제외과저널’ 최신호에 게재되었으며, 위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중요한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